길에도 궁합

가장 먼저 닿을 운이 궁금해
맺히지 않은 계절을 서성거린 우리에게
그날은
아찔한 절벽을 지나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멀어질수록 믿어야 해
우리가 있는 우리에게만 있을 날을
좁힌 미간이 믿음의 간격을 좁혀
합이 들지 않았다는 말이나 헛디딘 약속마저 길이라 믿고 싶었다
택일은 아직 유효할까
늘 꽃 피는 집 목련과 백일홍과 천일홍같이
더는 낭비하지 말자 마음을 그러쥐어도
길이 뒤를 밟아올 것 같아
골목만 보이던 골목이 흠칫 뒷걸음질 치던 골목이 돌아가지 않겠다
다짐해도 자꾸만 되돌아가던 골목이
내내 피는 뒷길이 여자를 꽃 피우고
철학관 은하수 건너
희망을 징검다리 건너
견고한 유리천장은 깨질까
어디라도 합
어디에도 길꽃
- 최연수, 시 '길에도 궁합'
일년내내 피어있는 철학관 골목을 지나며
힘든 순간 점집의 말에 기대어보는 심리를 생각해봅니다.
오죽 답답하면 그럴까 싶다가도, 미래를 점치는 일보다
내가 스스로 희망이 되는 게 지름길일 것 같다는 위안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