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시딸레!박상면 2017. 2. 9. 17:59

나누어 먹기


설날 차례상 차리고 남은
껍질 물렁물렁한 감귤 서너 개
텃밭 매실나무 아래 놓았다

겨우내 먹을 것 찾아 기웃거리던
초하룻날 아침,
노랑깃털 동박새가 매실나무 밑으로
폴 싹 내려앉는다

허기진 부리로
노란 얼굴을 마구 쪼아댄다
마치 연인처럼 입을 맞춘다
간지럼 타며 비비 꼬이는 감귤

뒤질세라
노란 관능의 웃음을 향해
절정의 간지럼을 쪼아대는 동박새


- 박종영 님, '나누어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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