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사랑한다
작고 예쁜 부겐빌레아 화분을 샀습니다.
친구가 되지 않을까 해서 마련한 이 녀석은
꽃을 세 송이나 피워가며 잘 자라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반가움으로 내리던 첫눈에 한눈 팔린
무관심한 주인은 영양분 주는 것을 잊어버리고
부겐빌레아는 마침내 하나둘 잎을 떨구어 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볕드는 창가에 옮겨주었지만
이미 마음이 돌아선 녀석은
벌거벗은 채로 이 겨울을 나려는 것 같았습니다.
벌거벗어가는 녀석이 부끄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색색의 포스트잇을 음표모양으로 오려서
이런 저런 표정을 그린다음, 앙상한 가지에 걸어주었습니다.
작은 천사 그림과 선물을 담을 양말도 걸어주었고요.
스스로 먹고 마시고 움직일 수 없는 친구에 대한
무관심을 사죄하는 의미라고 할까요.
역시 진심은 통하나봅니다.
어제 다시 그 녀석이 붉은 포엽을 살포시 드러냈네요.
- 오수빈 님, '부겐빌레아에게 사과하는 법'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