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에 남은 자
장터 탁주 한 사발로 시름 달래고
양지바른 보리밭 무덤가 들러
푸념으로 걸어온 오릿길
골진 얼굴에 진달래꽃 물들었다
강아지 홀로 낮잠 즐기던
탱자나무 둘러싸인 텅 빈 뜰 안
대청마루에 담배 연기 피어나고
잔소리할 임자 없는 서러움이란
조기 몇 마리 장바구니 담아 들고
뒤늦게 싸리문 들어선 며느리
비스듬한 햇살에 서둘러 쌀 씻는다
남은 자의 시린 상처 서로 보듬고
돌아오는 장날까지 이어지는
구부간(舅媍間)의 애틋한 정
- 정채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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