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열쇠

따시딸레!박상면 2024. 2. 26. 09:14

 

열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땅속의 고요 슬며시 밀어 올리자

마당에 고인 햇빛 출렁입니다

대추나무로 향하던 바람 한 자락

땅의 가슴 쓸어 당신을 깨우고요

겨울의 손길 스친 자리마다

꼭꼭 닫아건 입들

닫힌 것은 문일까요 내 마음일까요

아무도 열려 하지 않습니다

새들 날아와 허공의 소리 비틀어도

손안의 비밀 감출 수 없습니다

당신의 안부를 묻기 위해

화분 밑에서 약속을 꺼냅니다

 

- 문설, 시 '열쇠'

 

 

봄으로 조금 더 기울어진 겨울과 봄 사이입니다.

따순 바람과 햇살로 여는 봄의 기운을 느꺼봅니다.

닫아건 누군가의 마음도 따순 손으로 열릴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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