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봄빛 우련한 강가에 나왔다
낮게 숨죽여 흐르는 강물에
납작한 돌멩이로 떠보는 물수제비
모호한 경계를 허물며
바깥으로 바깥으로 풍파만 일으키다 사라지는 여울
모여 앉은 단합은 돌멩이처럼 단단했지만
가장자리로 퍼지는 울림만으로도 서로에게 갇힌다
파문은 안에서 안으로 퍼 나르는 떨림
2%의 부족을 허망으로 채우려던 자괴가 물무늬로 번진다
무가치한 생각들을 끼고 살았다, 흘려보내자
습지를 사유하던 시간들
충분히 혼자였던 시간들이 사그라질 때
또다시 갈라터진 습지에 새 물을 들인다
정갈한 물을 수혈받은 수초들이 파르르 몸을 떤다
어디선가 수문을 열었는지
- 김혜천, 시 ‘파문’
바깥으로 바깥으로 풍파만 일으키다 사라지는 여울.
조용한 흔들림을 바라보면서
파문은 쉽게 번지지만, 가라앉기까지 시간이 소요됨을 압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파문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