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나비는
시집 한 권을 서서 다 읽는 동안
뒤쪽 낮은 의자에서 나비들이 소근거린다
나의 숨소리는 마지막 행간을 더듬는다
나비들이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하다
반세기쯤 젊은 꽃으로 나비를 불러본다
청년의 어깨에 기댄 그녀, 긴 생머리에 살굿빛 양볼
슬몃 온몸 붉어지는 봄이다
시간이 훔쳐간 아스라한 분홍빛
누워있던 저린 글자가 시집 속에서 뛰어나온다
저 나비의 흰 날개에서 한 송이 꽃이 된 봄날이다
- 오현정, 시 '그때 그 나비는'
젊은 한 쌍을 훔쳐보며 내 젊은 시절을 회상합니다.
나는 꽃이었으며 나비였으며, 또한 그 무엇이었습니다.
그 봄날은 지났지만, 여전히 반복해 오고 가는 짧은 봄입니다.
여전히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지만, 마음은 어쩔 수 없는 늦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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