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忌日)
길이도, 굵기도 다른
다섯 발가락
누군가는 홀로 감당했던 가장의 무게를 소리 지르고
누군가는 서러웠던 가방끈을 다시 들썩거리고
누군가는 모기장 속 반딧불을 깜빡거리고
누군가의 눈물은 주말의 명화처럼 반복 재생되면서
우리는 똑같이 생긴 발가락을 양말 속에 숨긴 채
밤새도록
제각각의 아버지를 부스럭거렸다
- 김온리, 시 ‘기일(忌日)’
형제자매 모여 부모를 말할 기회가 있습니다.
어렴풋하면서도 또렷한 기억이지요.
자신과 관련된 추억은 애틋해서, 눈물이 핑 돌기도 합니다.
한 핏줄에서 나왔으면서도 어쩌면 그리 생각과 기억이 다를 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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