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고추잠자리

따시딸레!박상면 2020. 9. 24. 09:39

고추잠자리


붉은 꽃신 신고 날아와
섬돌 밑에 날게 접고 아른거린다

낮게 나면서
새색시 속치마 기웃거리는
저, 야릇한 웃음기 가을을 훔친다

메밀꽃이 지고
달빛 이슬에 박꽃이 서럽게 피어나고
이슬로 내리는 눈물이
슬픈 여인의 속살처럼 쓰적쓰적 흘러내리면

소슬한 바람 안고 청하는 잠이
곤고한 초가을 오후

꼭 이맘때 찾아오는 고추잠자리 한 무리
차르락 거리며
초록 단풍잎 물고 하늘을 나른다


- 박종영 님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흔적  (0) 2020.10.05
과거는 경험이자 추억으로 남아서  (0) 2020.10.05
배풍등  (0) 2020.09.24
자만심에 대하여  (0) 2020.09.24
가을날  (0) 2020.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