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거름

따시딸레!박상면 2021. 2. 15. 15:49

거름




차디찬 눈 속 그 빨간 산수유
싱싱한 얼굴을 키워낸 배후를
나는 알고 있다

겹겹이 환한 벚꽃의 눈부심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를
폭풍과 폭설의 한 켠에서
웅크린 고요
휘청거림이 멈춘 자리
네 속에서 뽑아낸 너의 피였다

지금 너는,
지상의 모든 애욕과 탐욕을 비우고
뿌리를 타고 올라 그 몸에 스민다

이제 일어나 달리자
나의 메를린이여

네 향기 진동하는 저 초록을 향해
들판마다
우리의 프로그램을 당당하게 배팅하자

- 곽문연, 시 '거름'


지난해 맺은 산수유가 눈 속에서 그대로 겨울을 나지요.
쪼그라든 열매를 둔 채 또 봄이 맺히곤 합니다.
그렇게 거름이 되어 새봄을 밀어내는 것 같습니다.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이 느끼는 길  (0) 2021.02.15
복수초  (0) 2021.02.15
함부로 발설하지 말 것이며  (0) 2021.02.08
삶의 향기  (0) 2021.02.08
장벽 허물기  (0) 2021.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