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
차디찬 눈 속 그 빨간 산수유
싱싱한 얼굴을 키워낸 배후를
나는 알고 있다
겹겹이 환한 벚꽃의 눈부심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를
폭풍과 폭설의 한 켠에서
웅크린 고요
휘청거림이 멈춘 자리
네 속에서 뽑아낸 너의 피였다
지금 너는,
지상의 모든 애욕과 탐욕을 비우고
뿌리를 타고 올라 그 몸에 스민다
이제 일어나 달리자
나의 메를린이여
네 향기 진동하는 저 초록을 향해
들판마다
우리의 프로그램을 당당하게 배팅하자
- 곽문연, 시 '거름'
지난해 맺은 산수유가 눈 속에서 그대로 겨울을 나지요.
쪼그라든 열매를 둔 채 또 봄이 맺히곤 합니다.
그렇게 거름이 되어 새봄을 밀어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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