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탐한다
수십 번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거쳐
맞이한 한 해,
한 송이 붉은 동백꽃처럼
이별 길에 얼룩진 첫 얼굴이 눈에 밟힌다
소멸을 되뇌이며 지켜온 시간
지난날 어두운 감정으로 미워했던
사람들을 용서하며
버리고 온 아까운 것들은 없었는지,
봄과 여름의 기억을 품은 뜨락에
새벽 눈발은 창밖 유리창을 비벼대고
따스한 마음 한 움큼 품으며 달려오는
환희의 새봄은 아직도 망설이는데,
어려운 시간들을 붙잡고
생각의 결들이 고요해지는 순간에
한해의 긴 터널을 슬기롭게 빠져나갈 궁리에서,
삶을 선물로 당기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가슴에 새겨지는 지나간 그리움을 탐한다.
- 박종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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