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버스
도롯가에 메타세쿼이아 한 그루
오른쪽 어깨만 푸르다 꺼칠꺼칠 살비듬 떨어지는
허리께에 버스 정류장이 앉아 있다
나무 속으로
중학생들이 들어온다
아주머니가 들어온다
빈 가지에 없는 이파리 돋는다 왁자하다
나무 속으로
새 떼가 날아간다
구급차가 지나간다
매미 소리 지나간다
나무 속으로
동부종점행 버스가 들어온다
장의차 검은 리본이 펄럭인다
멀리서 까마귀 소리 날아온다
버스가 제 그림자를 끌고 떠난 뒤
초록 어깨가 검은 가지를 천천히 어루만지고
나무 속에는
텅 빈 정류장과 구름 없는 하늘이 남았다
- 백순옥, 시 ‘순환버스’
왁자하던 푸름도 어느 순간 그늘을 비워내고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텅 빈 순간입니다.
그러나 비워져도 다시 채워지는 순환이라고 믿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버스처럼.
쓸쓸하지만, 그래도 찬란한 오늘이라고 믿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