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겨울산

따시딸레!박상면 2024. 1. 18. 17:19

겨울산



산 어귀에 까마귀 떼 검게 웁니다

산새들은 볕 든 풀밭으로 낮게 들고

나뭇가지는 물 길어 올리는 붓질이 볼긋볼긋 농밀합니다

그늘 새김 한 계곡으로 방금 대한이 건너가고

돌아앉아 쓸어 모은 바람 귀에 건너온 발자국이 금세 지워집니다

해끗한 잔설을 밟으며 누군가 산 모룽이를 돌아서자

비로소 수묵의 산수화가 완벽해집니다

겨울산은 겨울시입니다

청계산 자락길에 한 권 서책이 두루마리로 펼쳐져 있습니다

- 유현숙, 시 '겨울산'


눈길에도 미끄러지지 않고 풍경을 밟는 이들.
수묵의 산수화를 음미하는 이들.
코끝이 추워도 등은 후끈거리는 겨울 산행.
역시, 겨울산은 겨울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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