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다음 생엔 꽃무릇으로 태어나리라
외딴 산기슭도 좋으니
무릎 높이로 자라
당신의 걸음걸음 잡아채리라
나를 보지 않는 당신
눈 돌리면
우르르 지천으로 피어나고
눈 감으면
시뻘건 목소리로 부르리라
가을밤 달빛도 없어
그냥 지나칠 땐
축축하게 말해 보리라
바람처럼 꽃대만 건드려도
나는 발 아래까지 달아오르리
내 푸른 잎 같은 당신
내가 하늘 향해 누운 것은
당신이 하늘이기 때문
당신을 보지 못한다 해도
다다음 생엔 또 꽃무릇으로 피어나리라
- 김완수, 시 ‘꽃무릇’
꽃무릇이 필 때가 되었습니다.
‘슬픈 추억’ ‘사랑의 아픔’이 꽃말이라고 합니다.
붉은빛의 꽃처럼,
가을의 초입도 열정으로 붉게 피기를 소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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