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니
온 세상이 하얗습니다.
오늘처럼 세상의 길 다 지우며 눈 내린 날이면
생각나는 꽃이 동자꽃입니다.
동자꽃은
겨울 식량을 구하러 산을 내려간 스님이
눈에 길이 막혀 돌아오지 못하는 줄도 모르고,
암자에 홀로 남아 하염없이 스님을 기다리다
세상을 뜬 동자승의 어린 넋이 꽃으로 피었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한 꽃입니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만 바라보며
스님은 안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오고 있는 중이라고 굳게 믿으며...
성서에서 말하는 '마음이 가난한 자'란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영혼이 순수한 사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세상의 추한 모습 다 품으며 내리는 흰눈처럼
동자승의 맑은 마음 같은 저 붉은 동자꽃처럼
오늘 하루도
'순수한 동심'을 잃지 않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 백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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