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이 아닌 사랑을
신문지 몇 장이 돌돌 말고 있는 절름발이 잠에
두 발이 나와 있다
걸음이 빠져나간 무릎이 조용히 접혀 있다
오래된 타일처럼 금이 간 발바닥을 발등이 둥글게 감싸고 있지만
바깥은 잠을 안으로 들여놓지 못한다
- 장요원, 시 '허공 한 켤레' 중에서 -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곳의 전철,
같은 시간에 반드시 나타나는 여인이 있습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껌 한 통을 손에 올려놓을 때면 난감합니다.
천 원짜리 지폐한 장 건네주며
껌은 돌려주자 부득이 가져가라고 놓고 갑니다.
순간, 여인에게도 자존심이 있으며
정당하게 돈을 가져가고 싶다는 걸 알았습니다.
인용한 글에서처럼,
지하도에서 잠을 자는 노숙인도 다 까닭이 있겠지요.
이유 없는 노숙은 없겠지만
사실 별 관심도, 동정이 일지도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돌아보면 분명 힘든 이웃들이 있을 겁니다.
무릇 도움이란, 무조건적인 동정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걸 그날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