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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벗다

따시딸레!박상면 2015. 6. 23. 11:04

가면을 벗다


나는 베란다에 서서 흔들리는 그림자로 있었다
창문은 열리고 불빛이 불면을 태우고 있었다
검은 커튼이 얇게 저며 들고 있었다
떨어진 커튼사이로 흰 손가락이 당기고 있었다
강물을 토해내는 붉은 노을을 보고 있었다
나는 떨어지는 먹장구름을 보고 있었다
저녁 무렵, 그림자만 남아 있었다
밤새 배를 움켜진 고양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차츰 가면 속으로 몸을 들이밀고 있었다

-이용주, 시 '가면을 벗다' -


투명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어도
어절 수 없이 가면을 써야하는 일상입니다.
직함도, 권위도, 비굴도 모두 벗어버린 귀가.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는 밤은,
모든 가면을 벗어버린 홀가분함에 젖는 시간입니다.
어둠이라는 가면을 썼기에
나의 모습은 지워지지만
내 안의 나는 더욱 크게 보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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