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레 흐르며 사는 지혜
한낮기온이 34도까지 올랐습니다.
오후 다섯 시도 32도라니, 여름이 실감납니다.
일을 끝내고 집에 오니 땀에 젖은 옷이 척척하게 등에 달라붙습니다.
옷을 갈아입어도 더운 바람이 솟습니다.
이럴 땐 서쪽에 놓인 수돗가에서 물을 틀어 놓고 수채 구멍을 막아 놓으면
물이 발목까지 차오릅니다.
산에서 온 물이라 찬 기운이 땀을 쏙 들어가게 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최대한 크게 틀어 놓고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읽으며
발가락으로 물을 찰방거려봅니다.
지붕이 높아 자연스럽게 그늘을 만들어 주니 따로 차양을 칠 필요가 없습니다.
책 한권이 어느새 끝을 보입니다.
아직도 아내가 올 시간이 남아 기다림의 시간을 즐깁니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난다고 요란하게 떠들지만
때론 이런 방법으로 휴일을 보내도 좋습니다.
어둠이 내리니 아내가 왔네요.
오랜만에 숯불을 피워 돼지 목살을 구웠습니다.
이제 수채 구멍을 엽니다.
막힌 물은 썩지요.
물이 흐르듯 자연스레 흐르며 사는 지혜를 배웁니다.
- 이홍재 님, '바깥마당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