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가구가 많아진 요즈음,
혼자 밥 먹을 장소가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불편하다고 합니다.
집에서는 말 상대가 없어 티브이를 켜놓거나
홀로 중얼거린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며칠 전, 뒤통수만 보이는 남자는 홀로 식탁에서 연신 중얼거렸습니다.
식당 주인 말로는 네 시간째라고 했습니다.
그를 보며, 넋두리는 아래로 쏟아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만만한 상대, 수더분한 상대는 시선을 올려다보지 않는 까닭입니다.
상대가 없는 그는 빈 밥그릇에게 연신 중얼거리고
빈 그릇들은 조용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자릿값이 얼마인 줄 아느냐고,
더 그러면 경찰을 부르겠다는 식당 아주머니의 엄포에도
한참을 중얼거리던 그는 마지못해 일어서서 나갔습니다.
저 정도면 그래도 양반이라고, 남에게 해코지는 하지 않았지 않느냐고
그를 두둔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는 홀로 중얼거리다 나갔습니다.
다만, 주인은 그런 그를 네 시간이나 봤으니 분명 민폐지요.
혼밥, 혼잠의 애로를 그는 모두 쏟아놓고 갔을까요.
그래도 말할 대상이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비록 사물일지언정.
- 최연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