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의 그림자를 밟으며 간다
그래도 아픔을 소리 내지 못하는 그림자
지는 해의 등 뒤에서 혼자 슬프다
아직 도달하지 못한 길의
부르튼 가슴을 어루만지며
한 뼘 시간의 길이를 지워가면서도
고단한 날품을 소문내지 못한다
어느 마을 흥건한 환대의 집을 찾아가
한 끼 긴요하게 배를 채우는 저녁,
그제야 피로해진 그림자를 눕히는
호강을 자랑하지 못한다
수많은 패배의 짐을 지고 가는 길,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차곡차곡
비밀의 경계를 그으면서
목쉰 바람 소리 한 자락씩 길 위에 놓고 가는
허망한 그리움은 누구의 탓으로 인연을 매듭지을까?
고단한 길, 그 끝이 닿기 전에
아직 남은 길의 이정표는 누가 멈추게 하는지,
등에 진 내 세월의 짐짝은
얼마나 소중하게 무거운가 묻는다.
- 박종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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