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달아나요 풀밭이 구불거려요
심장이 두근두근 똬리 튼 등나무 덩굴을 읽는데
백반(白磐) 색이었어요
그날 구급차는
맹독은 보랏빛
잇바디 뾰족한 바람이 독을 퍼뜨려요 공기가 몸부림을 쳐요
긴 머리 쓰다듬는 손길 사이로 날짜들이 뒤엉켜요
푸르스름한 옆모습이 스멀거려요
표정이 아니라 목으로 읽어야 한다는 장미
밑줄 그은 어제가 붉은 십자를 그어요
두 손을 모아야 할까 무릎을 꿇어야 할까
흔들의자가 들썩거리는 독서, 혹은 독사
황급히 실려 간 꿈틀거리는 기억이 모두 빠져나가고
읽히는 건
빈 무늬 같은 허물
태양은 풀어진 길 같아, 오싹 기분이 미끄러져요
책이 일그러져요
- 최연수, 시 '오독'
숲으로 들어가는 여자분을 불러세웠습니다.
"조심하세요. 뱀이 나올지도 몰라요."
오래전 보았던 기억이 소환되어 생긴 일입니다.
독사에 물리지 말라고, 여름방학에 백반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구불거리는 길이 독사가 아닌 건 분명한데
갈수록 오독이 잦아집니다.
그 오독으로 인해 오해를 사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쪽 (0) | 2019.07.02 |
---|---|
사랑에 대하여 (0) | 2019.07.02 |
기억이 머문 저편에서 (0) | 2019.06.27 |
산수국 (0) | 2019.06.27 |
나는 점점 왼편으로 기울어진다 (0) | 2019.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