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뒤통수에 닿은 음성에 흘끔 돌아본 그 얼굴에 우리 집에서 놀다 갈래?
생각보다 먼저 튀어나간 내 말이 들러붙었습니다.
아이는 노란 단무지마냥 밝아졌습니다
차려놓은 김밥으로 네 개의 눈이 모여들고
가지런한 것들을 나눠 먹으며
그 애 얼굴이 오목조목 모여 앉은 김밥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건네주고 건네받은 한입 크기의 동글동글한 하루를 따라
옆구리 터진 웃음이 문밖으로 새어나갔습니다.
어둑함이 뉘엿뉘엿 찾아드는
우엉 줄기 같은 막다른 길을 돌아나간 먼 시절의 그 아이가 아직
저만치서 손을 흔들며 말합니다.
나는 꽁다리가 맛있어
소등한 골목이 한 줄 김밥 같습니다.
사실, 김밥은 제가 말 때가 많았습니다.
맞벌이하는 엄마에게 김밥을 싸달라는 건 사치였습니다.
내가 소풍 가는 날은 맨밥에 계란후라이 하나 덮어가는 경우였고,
동생들 소풍 가는 날은 일찍부터 서툰 솜씨로 김밥을 말아 싸주었습니다.
그때 먹은 꽁다리 김밥은 두고두고 생각해도 맛있습니다.
이제는 어디서든 사서 먹을 수 있는 김밥.
맑은 가을날, 김밥 싸서 어디든 소풍 가고 싶어집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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