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그늘 속으로 사라진 너를 생각했다
아주 짧게,
종종 빛을 곁에 들여놓았지만
앞뒤가 없는 우리는
집채만 한 공간이 덮쳐오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몸이 바닥과 벽에 꺾여 있다
문틈에 얼굴이 끼었으나 부서지진 않았다
낯선 것들과 익숙한 것들이 지루해져
얼굴과 얼굴 사이에 공간을 두고
우리는 각별해지기로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섰으나
함께하지는 않았다
- 김경린, 시 ‘그림자’
너무 익숙해져서, 너무 지루해져서
서로를 그림자 취급하진 않았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의 사이를 두고 각별해지기로 하지만
앞뒤가 없이, 표정도 없이 그림자 같은 우리.
함께하지만 함께 하지 않는 생각들.
우리는 늘 낯익은 타인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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