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이웃
이따금 옆집에서 강아지가 짖었어요
얼굴 없는 그림자가 문밖에 서 있나요
복도를 함께 쓰면서 바람을 공유했죠
벨을 힘껏 눌러도 반응이 없더군요
일면식 한 번도 없는 달력이 넘어가요
어디선가 흘러나온 아나운서 일기예보
내일의 날씨는 구름 가끔, 흐리다네요
여전히 모르는 얼굴이 이웃 추가돼 있네요
- 이송희, 시 ‘서로이웃’
엘리베이터에서, 분리수거장에서
흘깃, 혹은 웃음으로 마주치는 우리는 이웃입니다.
인사를 해도 그만, 못 본 체 지나쳐도 그만,
목례로 가볍게 스쳐도 그만인 우리는 이웃입니다.
서로의 실체를 모르면서도 추가한 ‘서로이웃’, 클릭으로 해제하는
‘서로이웃’과는 다른 그런 이웃.
너무 속속들이 알아도 부담스러워서, 적당히 거리를 둔 이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