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수도꼭지

따시딸레!박상면 2025. 1. 10. 09:53

 

수도꼭지

 

 

 

침묵은 부패하기 쉬운 질료다. 밀폐된 방안에 너무 오래 괴어 있으면 쉽게 상한다.

오랜 세월 홀로 살아온 노모는 눅눅하고 퀴퀴한 침묵을 체질적으로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늘 물방울이 떨어지도록 수도꼭지를 헐겁게 잠가 놓는다. 똑똑똑똑···.

반향을 남기며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그 소리는 결코 소음이 아니다.

노모가 식성에 맞게 침묵에 가미하는 일종의 향신료다.

 

- 정희승, 수필 ‘수도꼭지’

 

 

물론 떨어진 물방울은 모아서 다시 쓸 테지만,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마치 침묵에 가미하는 향신료 같다는 생각이 신선합니다.

 

너무 고요해서, 적막해서 우리는 홀로 중얼거리거나 자신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

마침표처럼 꼭 잠근 문장보다는 말줄임표의 흘리는 의미 같은 소리,

그런 배음에 안심하는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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