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정원을 짓는 나무들
한겨울 어두운 마음 안에
풋살 같은 눈발이 희끗거리고
산등성이 억새풀 늙은 꽃이
고개 숙여 슬픔이다.
솜털같이 무모하게 물기 머금고
뛰어내리는 칙칙한 눈발,
바람 진 동백숲의 고요도
겨운 참에 안달이다.
차가운 바람으로 흔들리는 겨울 산
산빛 노을 한 줌으로 속삭이는 은밀한 숲,
잠자는 나무 흔들어 언 뿌리 일깨우는
동그란 나이테, 새로운 봄을 귀띔한다.
산굽이 매몰찬 냉기를 이겨내며
우리들의 봄날을 예비하는 나무들,
무릇 겸허하게 선보일
녹색정원을 짓느라 분주하다.
- 박종영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