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슬퍼보일 때
구부정한 햇살을 등에 업은 할머니가
보릿고개 넘는 노란 민들레를 배려다볼 때,
하릴없이 공원을 서성이는
늙은 아버지 낮아진 등에서
빛나던 세상 한 채가 초라하게 주저앉을 때,
손때 묻은 부엌칼처럼 등 가파른 어머니가
끙, 신음으로 돌아누울 때,
며칠 굶은 떠돌이 개의 솟은 등뼈가
뾰족한 산으로 만져질 때,
어둠이 눈을 뜨기 시작하고
저녁이 쓸쓸히 등 돌려 나갈 때,
그럴 때면 가슴도 함께 시리지요.
등에는 많은 표정과 말들이 있어서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보고 느낍니다.
여름도 등을 돌려나가려고 하는 때,
수해를 입은 분들과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다독이고 위로하고 싶은 시간입니다.
누군가의 등이 외롭고 슬퍼 보이는 때가
잦아지는 이즈음입니다.
- 최선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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