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사생활
나무들이 손가락 모양으로 길어지고 간략해졌다
손톱이 빠져나간 자리처럼 그늘이 벌겋다
공중이 핼쑥해졌다
단단해진 공중을 뜯고 나온 꽃망울을
따라나온 그림자가 흔들리는 것은
장미의 기분이 아니야
구름을 탕진하는 일은 바람이 관여한다 해도
그것은 허공의 권리,
구름의 성분이란 죽은 새의 울음과 기억이 빠져나간 그을음 그리고 물컹거리는 무릎들
빗방울에서 저녁 냄새가 나는 이유이기도 하지
어제를 잊어버리기 위해 눈송이들은 하얗게 태어나네
- 장요원, 시 '허공의 사생활' 중에서 -
지금은 비어있지만
순이 돋고 잎이 자라면 어느덧 무성해질 허공.
허공은 빈 듯 가득 찬 공간,
우리네 삶도 그렇게 비웠다가 다시 가득해지길 바라지만
점점 숱이 빠져나가는 일상입니다.
그러나 허공처럼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로
가득 채워가는 일상, 그런 사생활이어야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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