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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따시딸레!박상면 2017. 11. 24. 14:27

도자기


도공이 도자기를 만들 때
작품이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가을날에 만드는 작품에는
쓸쓸히 낙엽 지는 소리 묻어 있고

겨울날에는
하얀 눈 위에 비추이는 달그림자 묻어있고

봄날에는
꽃향기에 취한 듯 벌과 나비의 그림자 숨어 있고

푸르른 여름날에는
삶에 묻은 옹기의 투박함이 뜨거운 날을 견디게 한다

백자 항아리든 투박한 옹기이든
살아있음에 모두 그릇이다

푸른 하늘을 담고 있는 도자기
노란 가을 잎을 띄우고 있는 찾잔
쓸쓸한 겨울 달을 품고 있는 항아리

삶에 절고 절은 진한 간장도
그를 품어주는 옹기가 없으면 의미를 갖지 못한다

무언가를 담고 있기에
우리는 똑같은 도자기, 그릇이다


- 백원순 님, '도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