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의 체온
방금 오븐을 빠져나온 식빵들
뜨거운 체온을 식히고 있다
훈훈한 기운이 빠져나가는 그 사이
참새 한 마리 포르르 저쪽 가로수에 날아가 앉았다
빵집 앞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고 우르르 길이 열린다
구수한 냄새가 날아가는 동안,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침대 위에 툭 떨어뜨린 손을 주워
뺨에 비비던 그때
어머니는 잠깐 살아있었다
맥박이 지워지고 식어버린 손은
곧 제자리로 돌아갔다
빵이 식어가는 그 정도의 시간에,
따뜻한 온도가 '오늘의 빵'이다
말랑말랑한 오늘을 사려고 줄을 서는 사람들
비닐봉지는 입을 벌리고 성급한 포장지에 김이 서린다
딱딱한 어제는 세일로 묶여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식빵들, 마지막 손인 듯 빵을 붙잡는다
따스하다
아직 빵은 살아있다
- 마경덕, 시 '식빵의 체온' -
온기를 느끼고 온기를 주는 것일 테지요, 삶이란.
그 온기로 오늘을 따스하게 헤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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