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내가 반송되었다
매매합니다
나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다
흙수저의 성분은 삭제하고 쓸 만한 물건이라며 그럴듯한 각주를 달았지만
편견과 냉기뿐인 거래는 일방적이다 일찌감치 싹을 잘라버리는 甲, 매몰찬
눈길에 소름이 돋는다 치열한 이력을 낱낱이 구매품목에 전시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거절의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초라한 스펙에는 덕지덕지 겨울의 흔적이 붙어있다 아무도 봄을 믿지 않는다
뿌리만 남은 구근은 또 혹독한 음지를 건넜는데 싹 틔울 곳이 없다 푸른 촉을
내밀어 나를 고백한 입술이 말라간다 내일은 또 어디에 나를 접목할까 봄의
꼬리를 붙잡고 101번째 이력을 전송한다
여전히 넘치는 자유를 탕진하며, 증오하며
- 노수옥, 시 '100번째 내가 반송되었다'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청년 실업'이 만연한 현실.
개인의 능력은 뒷전이고 금수저니 은수저니 흙수저니, 보이지 않는 등급이 매겨집니다.
그러나 봄이 온다는 믿음 때문에 이 겨울도 견뎌냅니다.
그런 희망이 없다면 추위가 너무 길고 혹독하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