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물었다
와버린 길을 돌이키지도 못할 거면서
바람인척하며 길을 물었다
바닷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날
검은 바위에 괭이갈매기
떼 지어 앉아있는 날
절벽높이 서 있는 소나무에게 길을 물었다
내가 보고 싶은 게 너라는 걸
알기는 할까
푸르다 못해 진청이 되어버린 동해바다
갈매기 울음은 파도에 묻히고
마음을 씻는 물 두어 모금 마시고 바다를 본다
내가 걸어온 길도
내가 가야할 길도 내 것인 것을
아무 대답도 얻지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
길에서 길을 물었다
- 최대승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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