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이 걸어가네
턱의 각도는 약간 위로, 시선은 아래쪽 사선으로
등과 어깨와 목을 최대한 곧추세운
척들은 하나같이 독일병정이 되네
힘센 척의 투명 줄을 잡고 걷는
척과 척의 비밀은 쉬, 쉬
둘이 되고 넷이 되고 여덟이 되고
척의 마을을 이루네
척을 가르면 쏟아지는 표정들
사랑인 척, 아닌 척, 궁금한 척, 놀라운 척,
모르면서 아는 척, 알고도 모르는 척,
척, 척, 척, 척들.......
다물지 못하는 입들은 뭉게구름이 되네
척의 마을에서는 척이 척을 갉아 먹네
아이가 부모를 부모가 아이를 갉아 먹네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갉아 먹네
사람을 갉아 먹고 사람이 갉아 먹네
빳빳하게 깁스를 한 척들 아슬아슬
벼랑을 걷고 있네
- 유진, 시 ‘척’
목을 세운 ‘척’.
공손과 겸손과 부드러움이 없는 ‘척’.
척, 하는 사회. 척, 하는 우리. 척, 하는 나.
내용보다 형식을 중요시하는
척, 하는 오늘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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