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도 한 번씩 디비줘야 산데이, 갯내 묻은 말이 고요를 뒤집는다
불판 삼겹살을 뒤집듯 약속을 뒤집고 믿음을 뒤집고
뒤집은 낮과 밤이 잠을 뒤집어도
화끈 뒤집지 못한 오후가 뒤집힌다
들뜬 봄을 찍어 바른 버스와 길과 밥집이 킬킬 뒤집힐 때
벚꽃 가로수들 주렁주렁 매달린 종지뚜껑이 하얗게 뒤집히고
제비꽃이 휘리릭 휘파람으로 뒤집히고
성미 급한 민들레는 벌써 노란 단추를 뒤집었다
뒤집힌 동백이 붉은 핀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흘끔거리는 봄바람은 홑겹 치마를 뒤집고
뒤집힌 허벅지에 닫힌 마음도 뒤집혔다
짧은 봄날은 벌써 뒤집혀
흘러내린 옷을 여며 넣고 나들이를 말끔히 뒤집을 가방들
아내와 엄마로 뒤집어
띵동, 저녁을 누를까
뒤집힌 저 바다, 며칠은 고요하겠다
반듯하게 닫힌 민무늬 상자처럼
- 최연수, 시 '뒤집힌 봄'
어느 바닷가, 모처럼 나들이 나온 상춘객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말투며 환한 웃음이 좋아서 몰래몰래 훔쳐보았습니다.
이제 계절은 어느새 여름입니다.
새롭지 않은 달이 없고 새롭지 않은 날이 없지만
그래도 더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 유월 첫날입니다.
안 좋은 일로 뒤집혔던 마음이라면, 다시 되돌려보는 소중한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