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서 여름에게로
모두 잠든 사이
빨리 익는 봄이 아쉬워
대지를 식히는 비를 뿌렸다
몰래 다녀갈 요량이던 하늘의 전령은
꽃망울이 젖을까 살짝 내린 탓에
준비한 양동이가 아직도 남았나보다
비는 꽃을 시샘하지 않는다
떨어진 꽃이파리의 미소가 그 증거다
봄비는
풍성한 초록의 이파리가 자랄 곳을 미리 닦고
봄비로 떨어진 꽃잎은 초록을 먹인다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태양은
더 뜨거운 햇살로 보상한다
태양은
새며느리 같은 봄비가 예쁘기만 하고
떨어진 꽃잎과 웃음 짓는 초록은
화려함마저 허물 벗는 자연의 지혜를 담는다
- 한민 님, '4랑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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