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적막한 저녁

따시딸레!박상면 2022. 11. 3. 18:05

 

적막한 저녁

 

 

 

비가 내리고 어둠이 저녁의 꼬리를 물고 가던

유월 어느 날 나는 그대를 찾아가다

넘어지고 말았다

기적소리가 울렸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멀리서 바람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사방엔 연초록의 흔들림만 분명한데,

매일 다니던 길인데,

그대를 찾아가다 넘어지고 말았다

아무도 일으켜주지 않는 길을 홀로 걸어가다

비의 방지턱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비가 내리고 꽃이 졌다는 건

한 사람의 영혼이 길을 떠났다는 뜻이다

달을 꿈꾸던 꽃의 심장 속에 오래 잠들어 있던

영혼이 어둠의 건너편을 향해 손을 흔든다

적막한 저녁이 저물고 있다

 

- 김남권, 시 ‘적막한 저녁’

 

 

매일 다니던 길인데, 보이지 않는 얼굴.

눈물처럼 비가 내리고 꽃이 졌습니다.

이제 적막한 시간이 저물고 있습니다.

꽃을 닮은, 꽃다운 그들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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