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런 세상
하늘에서 전송된 눈
말은 진실을 이야기하고
툰드라에서 날아온 언어들로
작은 방 틈새, 나무마다
희디흰 기호들로 채색된다
참새들의 소리에
사각사각
첫눈은 내려
아이들은 아우성으로 마당에 발자국을 찍는다
나는
어둠의 뒤편에서
새벽을 인화하며
소리가 삭제된 메일함을 쓸어 담는다
- 이용주, 시 ‘둥그런 세상’
희디흰 기호들로 채색된 12월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걸어온 올해를 되돌아보면, 거기
사각사각 첫눈 밟던 소리 같은 기쁨들이 있을까요.
비록 후회를 남긴 일들이었어도
둥그런 세상처럼 둥그런 마음으로 다시 새날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