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풍경
어느새 가을인가 보다
논둑 강아지풀은 쭈뼛이 고개 들어
고향 하늘 성글게 찾아들고,
담장 너머 토실한 연둣빛 대추는
하늬바람 잔가지에 매달려 방방 거린다.
생솔가지 군불 때는 서늘한 저녁
뒤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
몽글몽글 웃음꽃 피우며 하늘 그네 타고,
아버지 풀지게에 얹혀오는 선선한 바람이
슬며시 사립문 여는 어스름 저녁,
빛 가림 서늘한 담벼락 등 대고 서 있으려니
서운한 것도 없는데 괜히 서러워지는 마음.
보잘것없는 나의 뜰에도 정녕
풍성한 가을은 오고 있는 것인가?
- 박종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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