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애틋한 봄날

따시딸레!박상면 2014. 4. 18. 11:31

애틋한 봄날


'엄마, 아가는 어떻게 생기지?'
눈을 반짝거리며 아이가 물었습니다.
'글쎄, 키가 이만해지면 알려 줄게.'
아이의 새싹 같은 호기심을 꾹 눌러버리고,
여러 번의 봄이 바쁘게 다녀갔습니다.

어느 날부터 아이는 공중목욕탕도 꺼렸습니다.
입을 꼭 닫더니, 제 문도 걸어 잠그기 일쑤여서
문 앞에서 발끝으로 서성이는 날이 많았습니다.
아이는 깊은 동굴에 들어앉아있는 듯했습니다.

'강제로 문을 열지마라. 때가 되면 스스로 열고 나온다.'
어른들 말씀처럼,
겨울 뒤 반드시 봄이 오듯 정말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열고 다가온 것입니다.
아가가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 말해줄 필요도 없었습니다.

요즘 어디를 가나 꽃이 한창입니다.
사춘기를 겪듯, 걸어 잠근 문안에서 봉오리를 맺더니
스스로 활짝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누구나 한번은 거쳐 가는 봄.
계절은 다시 오는데 우리네 봄은 가버리면 끝,
철이 늦게 나도 좋으니 생의 봄날이 길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객선 사고 소식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러나 다시 일상을 시작하는 아픈 봄날입니다.


- 최선옥 시인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타의 눈  (0) 2014.04.25
만나고, 알고, 사랑했기에   (0) 2014.04.21
카리스마란?  (0) 2014.04.17
불행은 행복에 속한다   (0) 2014.04.14
사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0) 2014.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