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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지 않는 나무라도 함부로 베지 말라

따시딸레!박상면 2014. 5. 3. 15:45

꽃피지 않는 나무라도 함부로 베지 말라


'꽃피지 않는 나무라도 해갈이중일지 모르니
함부로 베지 말라는 아버지 말씀이
아직도 숲에 남아 수런대고 있습니다.
자식은 해갈이 없이 생을 피웠지만
언제나 해갈이 중이시던 아버지
이제는 해갈이 끝나고 저승의 어느 산모퉁이에서
꽃 피워내고 있습니까.
저승저쪽 등불 켠 듯 환한 것은
아버지가 지금 한창 꽃으로
피어나고 있기 때문일 테지요.'

김왕노 시인의 시, '수런거리는 아버지'의 일부분입니다.

자식들이 푸르게 자라 아름답게 꽃을 피워 낼 동안
아버지는 아무런 꽃도 피워내지 못했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해갈이중일 거라고
그때는 막연히 짐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꽃을 피워낸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것,
우리들에게 기꺼이 거름이 된 아버지는
더 이상 꽃을 피워낼 수 없다는 것을.

아버지도 한때는 해갈이 없이 피어나던 꽃나무였을 겁니다.
그런 아버지가 이제 더는 꽃피울 수 없어도
타이르고 일러주던 말씀이 바로
아버지가 피워내는 꽃임을 압니다.
그 말씀으로 내가 세상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여물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꽃피지 않는 나무라도 해갈이중일지 모르니
함부로 베지 말라.'
사월의 아픔을 딛고 다시 피워내는 오월,
생명의 존엄을 일깨우는 귀한 말씀
한 구절 새겨듣습니다.


- 최선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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