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꽃시절은 있게 마련이지만
꽃시절은잠시도 눈 감을 수 없는 찰라적이라서
대개는 들떠서 허둥대다가 놓치기 십상이다.
물 위에 너른 잎 가즈런히 펼쳐놓고
가만히 꽃대를 밀어올려
눈부신 꽃을 피우는 수련만은
꽃의 시간에도 꼬박꼬박 잠을 잔다.
잠꾸러기 미녀처럼
한낮에 부시시 깨어났다가
어둠이 내리기 전 꽃잎을 닫는 수련은
질 때도 꽃잎 한 장 함부로 흩어놓는 법 없이
고요히 물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자신의 리듬을 잃어버리는 일도 없이
고요히 피었다 물속으로 자취없이 사라지는
수련처럼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인가
소금쟁이 한 마리
고요를 딛고 서 있는
수련 꽃 진 자리처럼 사랑의 끝이
매끈할 수는 없는 것인가
글.사진 - 백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