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매서운 바람
감나무 꼭대기에
홍시 하나 남겼습니다.
그리고 아직 그 바람
뒤뜰 대밭에 서그럭거리고 있습니다.
스산해진 들녘
하얀 서리 찾아오고
꺼진 짚불 사이로
꿈처럼 물처럼 하얀 연기 피어오르니
움츠러든 국화마저
수수한 제 향기 감추고 맙니다.
휑한 가슴 안고
강 건너 사는
당신 생각에
성에 낀 유리창 입김 불어 손가락으로 문지릅니다.
그리움 촛농처럼 조르르
유리창 타고 흐릅니다.
- 김선호, 시 '찬바람' -
곧 11월도 저물겠지요.
찬바람이 불면, 유난히 추운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녹여줄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계절입니다.
감나무가 우듬지에 까치밥을 남겨놓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