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비 그치고 돌멩이 들어내자
돌멩이 생김새만 한 마른자리가 생긴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 내 발 크기가 비어 있다.
내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내 키는 다 젖었고
걸어온 자리만큼 말라가고 있다.
누가 나를 순하다 하나 그것은 거친 것들 다 젖은 후
마른 자국만 본 것이다.
후박나무 잎은 후박나무 잎만큼 젖고
양귀비꽃은 양귀비꽃만큼 젖어서 후생이 생겨난다.
- 문정영, 시 '그만큼' 중에서 -
그만큼입니다.
고만큼도 아니고 이만큼도 아닌, 그만큼.
자신이 살아온 만큼, 딱 그만큼의 자리.
그 자리가 자신이 서있는 자리입니다.
혹은 다른 이에게 내줄 수도 있는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묵묵히 걸어가는 하루입니다.
그만큼의 자리를 만족하며 또다시,
그만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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