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진 곳의 아픔들
흔들리는 공중이 그림자를 흘린다
그늘을 살피는 삼 십 촉 푸른 점멸등, 풋살구가 입덧을 부추긴다
올려다보는 눈이 시큼해진다
몰래 삼킨 한 개의 풋달은 점점 불러가고
노란빛으로 방향을 튼 점멸등이 보름으로 익으면
당도의 트랩을 다 오른 늦봄이 여름으로 건너간다
발길 뚝 끊은 벌들처럼 어느새 지워지는 편도의 인연
복대를 친친 감은 후미진 어디쯤, 손바닥으로 틀어막은 울음이 새어나온다
강보에 싸인
채 눈 뜨지 못한 달을 베이비박스에 담은 골목이 흐느끼며 돌아나갈 때
드디어 몸을 푸는 살구나무, 허벅지 아래를 더듬는
숨죽인 바람엔 불안이 질척하게 들러붙는다
살구씨앗 같은 문 닫은 기억을 톡톡 두드리면
배냇니가 하얀 웃음을 열고 나오고
다른 국적을 찾아가는 이륙과 제 핏줄을 수소문하는 환승게이트
목적지가 수시로 바뀐다
- 시, '계절의 노선'
***
베이비박스.
세상에서 자장 슬픈 요람이라더군요.
미혼모가 그 박스에 막 탯줄을 끊은 아이를 놓고
울며 돌아서던 모습을 시청했습니다.
그 아이들은 시설에 맡겨져 먼 이국으로 입양이 되기도 한답니다.
이제는 우리도 사회 곳곳의 문제를 바로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해보였습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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