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 것
와작, 발밑에 들러붙는 불길한 소리.
아뿔싸! 주저앉은 집 한 채가 바닥에 눌러 붙어있다.
황급히 촉수를 집어넣은 몇 채의 집이 불안하게 나를 주시한다.
비 그친 숲을 산책하는 여유로운 나와 필사적으로 길을 횡단하는
달팽이 사이에 벌어진 예기치 않은 비극이다.
내겐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청천벽력.
미처 길을 건너지 못한 달팽이들을 건너 풀숲으로 옮겨줄까 생각하다
이내 마음을 접는다.
그들만의 보법에 끼어든 나의 간섭은 무시무시한 공포일 것이다.
그것은 달팽이보다 내가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선심,
그들의 의도는 헤아리지 않은 독선적인 베풀기다.
생명을 살렸다는 자만심이다.
- 최장순, 수필 '달팽이에 관한 보고서' 중에서 -
모든 일은 나를 중심으로 해서 행해집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은 일이고,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중심을 상대에게로 가져간다면
내 독선은 사라지고, 포용의 마음으로 변해집니다.
내가 아닌 너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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