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시끄럽다
양옆으로 밀리는 유선형의 물살이 한낮을 끌고 간다
작은 선미船尾에 하늘이 금 가고 물구나무선 풍경이 갈라지는
파경破鏡에도 노란 부리는 유유자적
물결 지는 나 홀로 시끄럽다
낯선 방문에 놀라
서둘러 공중으로 튀어 오른 햇살 하나가 첨벙, 물길로 사라지듯
오래된 기억이 물살로 튀어 오르고
오후의 지느러미를 따라 서서히 진행되는
눈이 먼 파경破景
구심력을 놓친 내가 확장된다
계절 깊숙이 뿌리를 내려도 여전히 흔들리는 생각을 꺼내면
꼬깃꼬깃 접힌 자국이 있다
파문 진 오후는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나의 수면은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
- 시, '파경破景'
강이나 호수를 가만 들여다보면 작은 움직임에도 파문이 일지요.
유유히 물새가 길게 지나가는 자리엔 유선형의 물살이 일고
그 속에 비친 풍경은 시끄럽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그 고요함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시끄러운 나를 다독입니다.
자연이 말없이 주는 치유입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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