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점프
먹구름 한 덩이 몰려온 그날이었다
단단히 움켜쥔 길이 출렁거린 것은
바닥은 해법이 될 수 없다
맨손이 짚는 얽히고설킨 지번, 절대 아래를 보지 않겠다는 각오는
다단계로 옮겨가고
아무 곳이나 딛지 말라는 당부는 벽이 되어주겠다는 솔깃함에 밀렸다
까마득 올려다보는 중심은 의심 한 점 없이 쾌청해
꼬박꼬박 미래가 입금되었다
뉴스마다 희대의 사기를 떠벌리고
스스로 등을 내민 벽은 트릭에 능한 삼류, 비상구를 열자 허공이다
눈 질끈 감은 호흡을 단숨에 떨어뜨려야만 하는 발들은
단 한 개의 끈이 목숨이다
저 아래,
추락을 기다리는 아찔한 바닥
허공이 중심이다
생각해보면, 내게 단단히 못을 박거나 등골을 파먹은 것은
닥치는 대로 내가 밟고 올라간 벽이다
순식간 줄기 잘려나간 저 담쟁이처럼
- 시, '번지점프'
어느 날 줄기째 잘려 바닥으로 떨어진 담쟁이를 보며
허황됨에 기댄 눈 먼 욕심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단숨에 오르는 자리, 단번에 큰돈을 버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순식간 바닥으로 추락하는 일, 그것이 두렵다면
차근차근 올라가는 방법을 따라가야만 할 것입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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