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그림자와 나의 상관관계
삶의 길은,
해처럼 동쪽에서 서쪽으로 간다고 합니다.
어린아이는 뜨는 해를 등지고 걷기에
앞으로 길어진 그림자는 자신보다 훨씬 커서
앞서가는 그 그림자가 자신의 미래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그림자는 동굴처럼
약속이기도 하고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정오가 되면
발밑에 바짝 깔린 그림자는 발밑으로 기어들어갑니다.
그리하여 성인이 된 인간은
당장 발밑에 떨어진 일을 해결하고자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미래는 감히 내다볼 겨를도 없고
제일 많이 의지하는 건 친구나 형제입니다.
해는 어느덧 서쪽으로 기울고
인간은 이제 자신 뒤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 그림자는 추억의 무게와 같아서
자신은 점점 줄어드는데 그림자는 한없이 무겁고 길어집니다.
그림자가 무거워 걸음을 멈출 때,
인생을 마치게 된다고 합니다.
해가 있어야만 나타나는 그림자.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의 모양과 인생의 비유는
정말 그렇구나, 생각하게 만듭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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