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텅 텅 울리는 공기가 불현듯 방향을 돌린다
곧장 따라가던 길이 ㄱ자로 꺾인다
갈 데까지 가봐야 하는 감정은 에둘러가는 기분을 모르고
쾅 소리를 뒤통수로 듣는, 쩌엉 발자국이 달라붙는 등이 오싹하다
너를 질러간 따끔거림이 뒤늦게 벽에 기대 호흡을 고르면
낯익은 소리들이 밀려왔다 사라지며 통증 하나 늘어난다
몇 마디 말을 기다리는 이들은 복도를 맹신한다
잠은 시간 맞춰 들었는지, 상습적 불면이 놓친 달달한 내일이 있는지
질문하고 대답하는 방식은 눈높이가 다르다
슬리퍼가 끌고 가는 헐렁한 오후에서 마주친
구둣발이 낯선 숫자를 서성이다 되돌아나간다
넥타이가 당황을 졸라맨다
풀린 생각을 드레싱 하려는 카트가 통로를 밀고 올 때
너의 끝에서 나의 끝까지,
입구와 출구가 하나여도 동시에 열지 않는 문들
함께한 기억처럼 앞자리 같은 호수를 달아도
서둘러 닫아거는 단호한 직선은 마주쳐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 시, '복도'
단호한 직선이 아닌,
서로를 바라보는 부드러운 곡선이길 바라는 하루입니다.
- 최연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