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낮은 그늘에서 올려다보면
바람의 각도를 고루 뒤집는 이파리들
한쪽 눈을 감은 내가
이파리 구멍을 통해 저쪽을 살핀다
예민한 햇살은 내내 스위치를 끄지 않고
붉어진 표정이 참았다가 토해내는 한 줄 호흡에
울컥 역류하는 물관
구월의 신트림이 메스껍다
눈치 빠른 저쪽도 눈을 찡그린 이쪽을 들여다본다
이미 걸어 나간 시간과 걸어올 시간을 단숨에 읽으려는지
이마에 손챙을 얹어 미간을 좁히는 낯익은 얼굴
방향을 트는 빛에
계절 속으로 들어온 통증이 오후를 움켜쥔다
잎을 구멍 낸 벌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늦게 들춘 병명에 당황한 바람 하나가 휘익, 떨어진다
햇살을 뒷배로 가진 나무처럼
안쪽을 비추는 익숙한 눈빛에 속내가 부글거리는데
더부룩한 시절을 비워내고 싶은 나무가
주섬주섬 심호흡으로 갈아입는다
한 줌 생각을 챙긴 내가 그늘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간다
- 최연수, '이파리내시경'
나무 아래서 올려다보면 벌레 먹은 작은 이파리 구멍이 보이고,
그 구멍 속으로 햇살이 비칩니다.
마치 내시경 불빛 같아, 계절이 울컥 역류할 것 같습니다.
볕도 좋고 바람도 좋은 계절, 어느새 한가위가 다가왔습니다.
오순도순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